제6화-80년대 초딩(국민학생)은 뭐하고 놀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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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초등학교

"이번 주 주번  누구지?"

 

선생님이 수업을 시작하시기도 전에 화난 목소리로 주번을 찾으셨다. 굳은 표정에 조금은 겁에 질려 떠는 듯한 아이 하나와 어른이 보기에는 되바라져 보일 수도 있지만 당차 보이는 얼굴의 아이 한명이 일어났다.

"너희 둘! 쉬는 시간에 뭐했어? 주번이 말이야. 칠판 지우개도 안 털어놓고 똑바로 안 할래? 지금 가서 빨리 털어와."

아이 둘을 황급히 나와 칠판 지우개를 챙긴다. 한 아이가 분필 가루가 잔뜩 묻어있는 지우개를 조막만 한 손으로 여러 개 들 수 없어 겹쳐서 가슴으로 안듯이 들다가 떨어뜨리자 교실 바닥에 분필 가루가 흥건하다.

선생님은 하나씩만 가지고 가. 빨리 다녀와. 하신다.

주번 둘은 서둘어 지우개 털이가 있는 복도 맨 끝 구석으로 간다. 한 명은 나무 상자로 된 지우개 털이에 한 명은 복도 담벼락 바깥에 쿵쿵하고 지우개를 쳐대서 분필 가루를 털어낸다. 그 와중에 둘은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는다. 되바라져 보이던 아이는 일찍 들어가기 싫다는듯 좀 느긋하게 지우개를 턴다.

 

 너무 오래돼서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초등학교 1학년 때는 주번이 없었던 것 같고 2학년 때 부터는 있었던 것 같다.

2학년 때는 선생님이 가르쳐 주셨던 것 같고 4학년쯤 되면 조금 미숙한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익숙하게 수행했던 것 같다. 보통 2명이었는데 한 반에 학생수가 55~60 명 정도였고 1년이 52주에 방학으로 10주 정도가 빠진다고 하면 1년에 적어도 한번, 많으면 2번 정도 주번을 하지 않았나 싶다. 학기초엔 두 명이 주번을 하면 잘 모르는 친구일 경우가 많고 친해지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쉬는 시간 둘이 붙어 다니며 지우개를 털고 대걸레를 빨아 둔다. 청소는 분단 단위로 하고 가지만 주번이 뒤 정리를 한다.

때로는 수업을 마치고 주번이나 청소 당번인 아이와 놀기로 한 친구는 자발적으로 돕거나 재촉을 했다. 간혹 같이 주번이지만 혼자서 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아이들 간 힘의 균형이 맞지 않을 때 그랬는데 사실 그 모습을 반 아이들은 다 지켜보고 있었고 임무에 충실하지 않은 아이는 부정적인 이미지. 그리고 맞서지 못하고 혼자 하는 아이는 착하지만 허약한 이미지를 갖게 만들곤 했던 것 같다. 비슷한 아이들은 때론 서로 내가 더 하고 네가 안 했네 하고 싸우기도 했는데. 주번 활동을 통해 아이들의 성격, 생활습관, 교우관계, 노는 방식 등을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은 하얀 실내화를 신었는데 아이들들의 신발을 모아놓으면 마치 4B연필로 명암을 단계별로 칠해 놓은 것처럼 다양했을 것 같다. 어른들이 아이들의 실내화 상태를 보면 여러가지를 유추해 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자주 새 신발을 신는 아이, 오래된 신발이지만 아주 깨끗한 아이, 낡았지만 깨끗한 아이, 새 신발인데 더러운 아이, 엄지발가락 쪽이 금방 떨어지는 아이, 오래되고 더러운 아이, 작은 신발을 신는 아이, 헐렁하게 신고 다니는 아이, 구겨신는 아이 등으로 아이의 활동성, 놀이 방식, 좋아하는 놀이, 가정의 경제 상태, 부모의 관심도, 생활습관 등을 알 수 있다. 나 그때 나도 가끔 실내화를 직접 빨기도 했지만 겨울에는 찬물에 빨기 싫어서 놔두면 어머니가 장사를 끝내시고 밤늦게 빨아서 연탄아궁이에 올려 말려주시던 기억이 난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동네서 노는 아이들은 동네 또래들과 딱지치기나 팽이치기 구슬치기 등을 주로 했고 학교 주변에서 놀 때는 주로 축구나 야구를 했다. 축구는 공하나 만 있으면 할 수 있었고 야구는 보통 장비 없거나 글러브 한두 개, 야구 방망이 대신 아디서 각목하나 주워오고 테니스공 몇 개로 했다. 테니스공은 경기를 하다 보면 2~3개가 터져서 찢어지곤 했다. 축구는 한 운동장에 여러 팀이 뒤섞여하다 보면 고학년 형들에 밀려서 쫓겨서 빈 곳을 찾아 동네 공터를 전전하고 했다. 축구나 야구를 하다가 쉴 때는 말뚝박기 같은 놀이도 했는데 구기 중목을 잘못해서 축구나 야구는 하지 않지만 아이들 무리와 함께 다니던 아이들도 함께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말뚝박기는 처음에는 좋게 시작하다가도 끝날 때는 항상 두 편이 싸울 듯 대립하며 욕 도하는 분위기를 험상궂게 만들곤 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화해를 하고 나면 언제나 이런 결과를 예상을 하면서도  아이들의 승부욕은 또다시 이런 놀이를 하게 만들었다. 

 나는 당시 축구도 좋아하고 야구도 좋아했지만 특히 이상무 작가의 독고탁 만화나 장종훈 선수를 모델로 한 내일은 야구왕 왕종훈 만화를 보면서 야구를 흥미를 가졌다. 그리고 당시에 어머니를 졸라 엠비시 청룡 어린이 야구 회원에 가입했는데 거의 1년 내내 야구 회원 옷을 입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가끔 친구들과 잠실 야구장을 가곤 했다. 그때 야구 회원은 외야석 무료인 날이 있었는데 우리는 한 명이 회원이면 여럿이 들어가는 방법이 있었다 한 명은 회원증을 보여주기 또 한 명은 모자를 보여주고 또 한 명은 옷을 보여주는 식으로 하면서 회원증을 깜빡 잊고 안 가져왔다고 했는데 모두 들여보내 주었다. 그땐 검표원이 속았다고 좋아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어른이 아마도 속아주었던 것 같다.

 

2020.09.12 - [일구의 추억] - 제5화-80년대 초딩(국민학생)은 어떻게 놀았나? -저학년-

 

제5화-80년대 초딩(국민학생)은 어떻게 놀았나? -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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